2013년 7월 18일 목요일

PC 데이터 삭제 등으로 年 13만원 전기료 절약 ?????

이 글은 아래 링크의 기사에 진위여부에 관한 글이다.

[연합뉴스] PC 데이터 삭제 등으로 年 13만원 전기료 절약

사실 제목만 보면 '왠 미친 사기꾼이 사기치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는 않지만, 대체로 기사 내용 자체는 준수한 편이다.

안전행정부의 절전을 위한 10수칙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 PC를 절전상태로 둔다.
  • 불필요한 프로그램과 자료를 없앤다.
  • 모니터 밝기를 줄인다.
  • 자리를 비울 때는 PC와 모니터의 전원을 끈다.
  •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고 내부의 먼지를 자주 없애준다.
  • 간단한 검색은 스마트폰으로 한다.
  • 전력소비 최고조 시간에 충전을 자제한다.
마지막 것은 절전방법이 아닌데 이걸 제시했다는 건 왠지 병신같긴 하다. 어쨌든, 문제의 항목은 두 번째 '불필요한 프로그램과 자료를 없애는 것'이 과연 절전에 도움이 되느냐이다.

기사의 내용 상 불필요한 프로그램과 자료를 없애면 부팅시간과 처리/검색시간이 줄어들어 절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과연 그럴까?

부팅시간

여기서 부팅시간에 관여하는 건 부팅 시 자동으로 시작되는 프로그램에 해당하며 당연히 부팅 시간을 늘리니 그 만큼 PC 사용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그 만큼 CPU에 과부하가 생겨서 그 만큼 팬이 더 돌아야 한다. 그러니 전력 소비가 늘어난다.

문제는 아주 극소량이라는 점. 여기서 병신력 2배 증가.

검색시간

검색시간 이란건 설정에 따라 다르다. 데스크탑 검색 엔진을 활성화 해 놓았다면 저장장치 내부의 파일들을 검색하고 인덱싱 하는데 당연히 전력 소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꺼 놓았다면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이 검색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료를 지우라는 것에서 부터 병신력이 100배 증가한다. 왜 자료를 지워야하나? 물론 불필요한 자료라면 지워두는게 용량 확보 면에서도 좋긴 한데, 절전하려고 중요한 자료까지 지워야 하나?

하지만 불합리하진 않다

병신력이 높아졌다고는 이야기 했지만, 일반적인 입장에서 그렇다는 거지 테크니컬하게 따져들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면은 있다.

PC에서 전력 소비를 하는 부품은 굉장히 많다. 대충 나누자면 CPU군(CPU, 그래픽카드 등의 확장보드), 메인보드군(BUS, 내장랜 등의 확장칩 등), 저장장치(HDD/SSD/ODD 등), 쿨러(쿨링팬 등) 등이 있다.

요즘 CPU는 멀티코어가 기본이다. 그래서 CPU 자체는 과도한 연산이 필요한 시기에 코어를 적당히 활성화 시키는 기능을 OS에 따라 사용한다. 어쨌든 그래서 과도한 연산이 필요하면 전력 소비가 늘어난다.

칩셋이 활동을 시작하면 전기가 필요한데 이 때 열이 발생한다. 과도한 열은 칩을 망가뜨리므로 쿨링팬이 이 열을 식혀야 한다. 요즘은 쿨링팬이 고정속도로 도는게 아니라 열 발생양에 따라 속도가 유동적으로 변한다. 따라서 과도한 연산 시에는 전력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하드디스크는 디스크를 회전시키는 모터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따라서 디스크 회전에 관해서는 고정적인 전력이 소비된다. 다만, 데이터를 읽거나 쓸 때 필요한 헤드는 파일의 위치나 엑세스 하는 갯수에 따라 모터의 움직임이 들쭉날쭉이다. 따라서 과도한 엑세스, 특히 조각이 심하게 난 파일을 많이 엑세스 할 때 전력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부팅시간을 잡아먹는 자동실행 어플의 경우 당연히 부팅 시 하드디스크를 일정량 엑세스한다. 검색엔진의 인덱싱 작업에도 하드디스크를 과도하게 엑세스 한다. 또한 CPU도 부분적으로 이용한다. 따라서 이 둘도 전력소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즉 쓸 데 없는 파일을 지우는 게 절전에 도움이 될 여지는 있다.

합리적이어도 병신

문제는 앞에서 말했지만, 파일을 지워서 하드디스크가 덜 돌게 하고 CPU도 약간 덜 쓰게 하면 절전은 되는데 그 양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적다는 점이다. 수 천 명이 이 지침에 따르더라도 결국 가정집 하나가 쓰는 전기량 1시간치도 못 아낄 것이다.

그래서 병신이다. 당연히 웃음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디스크 조각모음을 하지 말라고 하던가!

안전행정부는 액티브X를 금지시켜라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지침 중 이 파일이나 자료 삭제로 절전을 성공시키려면 아무래도 액티브X를 삭제하거나 금지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 쓸 데 없는 애드웨어성 혹은 악성코드 성 액티브X는 시스템 자원을 과도하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쓸 데는 없고 지우기도 힘들다.
  • 어떤 액티브X는 부팅 시 자동으로 실행되는 기능을 탑재한다.
  •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면 엄청난 수의 액티브X 프로그램을 로딩하는 터라 과도한 CPU와 하드디스크 엑세스를 하게 된다.
  • 부팅 시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 보다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액티브X가 기동되면서 소모되는 전력이 훨신 크다.
  • 쓸 데 없는 액티브X는 또한 검색 인덱싱을 유발시킨다.
  • 액티브X는 별도의 시스템 자원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으로써 브라우저만 동작하는 것에 비해 당연히 CPU를 더 쓰게 만든다.
  • 보안 액티브X(키보드해킹감시, 방화벽, 백신 등)은 대부분 OS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과 중복되거나 지속적으로 CPU를 사용한다. 즉 쓸 데 없이 하드와 CPU를 더 사용한다.
따라서 액티브X를 금지시키기만 해도 위의 지침 중 하나는 아마도 필요없어지리라 생각된다.

PC 사용에서 가장 좋은 절전 방법

1. 쓰지 않을 때 PC와 모니터 전원 끄기. 이건 가장 중요하다.

2. 상대적으로 비싼 절전형 부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대중화 시킨다. 두 가지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 HDD대신 SSD: 빠르고 전기도 적게 쓴다. 근데 너무 비싸다.
  • 절전형CPU: 이미 모바일CPU는 절전형이다. 좀 비싼 편이다.
이 정도가 가장 좋은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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